K 방산, 폴란드 수출이 가능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남이 써본 무기를 선호하는 경향은 집단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될 때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무기체계 규격을 표준화하고 전투기와 전차, 군함을 공동으로 개발·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냉전체제가 무너진 후 군비 투자에 소홀했던 상당수 유럽 국가는 노후화된 무기체계를 주력 장비로 운용하고 있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재군비를 선언하고 긴급 예산을 편성해 신형 무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유럽의 무기 공동개발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각국 정부와 기업의 치열한 밥그릇 싸움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개발·제작된 무기에 각국 정치인과 기업, 노동조합의 이권이 얽히게 되고 헬기 1대를 만들 때도 유사 부품을 여러 나라의 각기 다른 업체가 제작하도 보니 업체별 마진, 운송 등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이 되었습니다.
나라마다 도량법이 달라서 최종 조립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결국 무기체계의 가격과 유지비로 미국, 러시아 등 경쟁국 모델보다 훨씬 비싸졌습니다.
납기가 자주 지연되고 후속군수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 유럽산 무기 가동률은 미국 무기보다 훨씬 떨어졌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유럽 국가가 다급히 찾는 무기체계는 전투기와 전차, 포병 무기입니다.
서유럽 방산 기업들도 이런 무기체계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동유럽 국가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서유럽 방산업체의 무기 가격은 지나치게 비씬 데다 계약 후 납품까지 4~5년 이상 기다려야 됩니다.
무기체계를 개발·제작한 국가에서도 낮은 가동률과 높은 유지비로 비판받는 무기를 구매하기엔 부담이 너무 큽니다. 특히 기계공업 분야에서 '장인(匠人)의 나라'로 평가되었던 독일제 무기도 최근 시장에서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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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자국산 PzH-2000 자주포 18문을 우크라이나에 기증했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사실상 가동 불능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독일의 연방 의원인 마르쿠스 파버(Marcus Faber)는 우크라이나가 받은 PzH-2000 자주포 상당수가 포신과 약실, 장전장치, 사격통제장비 문제로 운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고 폭로를 했습니다. 특히 독일군이 운용하다 우크라이나에 넘긴 자주포는 평시 유지관리 부실로 포신과 약실 내구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장거리 사격을 위해 고위력 장약을 사용하면 포신이 폭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동유럽 국가들이 유상 구입한 독일 무기의 납기 지연도 심각합니다.
리투아니아는 2017년 독일과 복서(Boxer) 장갑차 도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2022년까지 납품 받은 것은 40여대에 불가합니다. 그마저도 불량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군조차 자국 방산업체의 늑장 납품을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독일군은 레오파르트 2A7 전차 개조 작업을 발주했는데, 초도 물량 인수까지 44개월이 걸릴 예정입니다.
관련 글:
2022.11.25 - [Military 덕후가 되는 지름길/기동체계] - [전차] 독일 Leopard 2A7+
최근 폴란드가 유럽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독일과 프랑스을 제치고 한국산 장비를 구매한 데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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